관념세계에 갇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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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재/프로이드정신분석연구소 소장
연세대학교 철학박사
정신분석상담 과정에서 뜻밖의 시행착오와 뼈저린 반성과정을 거쳐 온지 20년이
지났다.지금 그 당시 미국 철학상담사의 사례발표 모습과 정신분석가와의 내용을
회고해보니 정신분석가가 철학상담사를 향해 던졌던 진심어린 염려와 조언 내용과
말로 전하기 불가능해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 시선"의 의미들이 생생하게 이해되고
공명된다.
타인을 상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상담받는 경험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당시 미국의
철학상담사 자격취득 과정은 이런 경험을 결여하고 있었다.
나의 경우 철학적 사유 훈련을 연마해온 철학자로서 자부심이 꽤 강했다. 그런데
정신분석을 받는 초기부터 의식 배후에 숨어있던 뜻밖의 무의식을 대하면서 자존감이
흔들리고 감정이 요동치는 격동적 상태가 불규칙하게 밀려왔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과 인간을 지각해온 기존<철학자의>관점이 매우 다른 무엇으로
변화되었다.인생과 존재일반의 본질을 꿰뚫어 성찰했다고 자부해온 철학자로서의 내가
관념세계에 오랜 기간 갇혀서 세상의 일부. 인간의 일부만 피상적으로 지각하며 지내온
사람으로 새롭게 이해되었고
고상한 철학 선생이던 나의 내면엔 뜻밖에도 상처와 수치심으로 세상에 대해 두려워
하고 분노하는 아이가 있었다.
긴 의자에 누워 자유연상을 하던 중 홀연 "의식의 관점을 뒤엎고 방어막을 찟는 분석가
의 한마디 자극"이 정신에 각인될 때마다 내 자신이 내게 다른 질감으로 지각되었다.
대부분의 세월을 자기합리화의 덪에 걸려 타인의 감정과 아픔을 온전히 공감하지 못하는
관념쟁이로 살아왔다는 걸 당황하며 인정하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이 현실적 고통을 겪으며 분투하는 경험들을 하찮은 몸짓으로 간주한체 대학교
라는 안전하고 품위 있어보이는 "환경세팅에 기대어 학생들을 향해 "머리로만 습득한 지식을
인류를 구원하는 영원한 진리인 양 자만하며 가르쳐온 내모습이 제3자가 비춰주는 거울에
힘입어 처음으로 보인 것이다
"생각으로만 존재일반과 마음껏 교류하고 사랑하는 자아도취와 주지화<intellectualization>방어
에 물든 철학자가 원인모를 결핍과 불안증상으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치료할 수 있는가?
타인을 "상담 치료"하려는 자는 무엇보다 먼저 "무의식에 위치하기 때문에 의식과 의지로는
지각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는 심연의 결핍. 상처.불안이 무엇인지 직간접적으로 생생히
체험해봐야 한다.
그래야 낯선 내담자들이 찿아와도 무엇을 바라는지 머리로만 피상적으로 이해하거나
교과서 지식으로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게 된다.
그 철학자는 아쉽게도 "철학상담사" 자격증을 너무 빠르게 취득하여 기득권자 위치에
올랐기에 자신의 진짜 모습을 "제3자의 관점에서 깊이 직면할 수 있는 귀중한 개인분석
경험의 기회를 간과하는 "제도의 함정"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 결과로 어떤 조건들을 갖춰야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의 치료작용을 일으키는 것인지에
대해 전문적인 이해를 지니지 못한 상태에서 철학교수 철학상담사라는 사회적 티이틀이
만들어내는 자만심의 함정.자아팽창 부작용의 심각성을 미처 자각하지 못한체
상담치료 일을 시작했던 것이다./계속
철학과 현실
이창재 연세대학교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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