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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전문 추파꾼은 사절합니다

마음나들이 2017. 12. 13. 09:13

 

 

 

 

 

이숙명

다양한 매체에 전방위 대중문화와

동시대 여성들의 삶을 기록하는 글을

기고하고 있다

 

이스탄불의 첫인상은 "무질서"였다 가뜩이나 북적한 이스탄불을 더욱 정신없게 만드는

것은 혼자 걷는 동양 여자만 보면 무턱대고 추파를 던지는 남자들이었다.

 

가장 집요한 남자는 블루 모스크 앞에서 만났다. 나는 정원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쉬고

있었다.그때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의 영어를 거의 알아듣지 못했지만 한국

친구를 사귄적이 있고 그녀를 따라 전주를 방문한 적이 있다는 등 이야기에서 그가

"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소매치기든 사기꾼이든 추파꾼이든 하여간에 관광 산업의 그늘에 낀 이끼를 파먹고 사는

습지 생물같은 존재인 것이다.

 

한국에 대해 자기가 아는 모든 것을 늘어놓던 그는 기념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그가 카메라를 들고 튈까봐 매우 불안했지만 근처에 다른 관광객도 많기에 일단 카메라를

맡겨보았다.

 

내 사진을 찍어준 그는 자기와도 한 장 찍자고 제안했다.그러고는 은근슬쩍 어깨에 손을

 올리고 뺨을 밀착시켰다.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슬슬 그가 귀찮아져서 다음 행선지로 간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는 안내를 해주겠다

며 따라 나섰다.

 

"아냐. 안그래도 돼".

 

괜잖아. 내가 오늘 휴일이라서 매우 한가하거든.

너는 이스람 문화를 잘 모르잖니?내가 모스크를 제대로 안내해준다니까.

 

"사양과 "거절을 구분 못하는 건 국적이 아니라 성염색체의 문제인 모양이다 이만 가라고

해도 그는 계속 못 들은 척하며..오늘밤에 뭐하냐.가이드를 해주겠다. 친구네 파티에 데려

가겠다. 저녁을 대접하겠다. 하면서 따라왔다.

 

한참을 옥신각신한 끝에 나는 오랫동안 잊고 지낸 마법의 단어를 기억해냈다

"나 이제 "남자친구 만나러 가야 돼"

 

"뭐?' 남자 친구가 있다고? 왜 처음부터 얘기 안 했어?"

그는 화들짝 놀라면서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오. 네 목적이 그런 거였니?" 그럼 남자 친구 있는지부터 물어봤어야지. 안그래?"

 

"진짜 남자 친구 맞아?" 나 따돌리려고 하는 말 아니야?"

 

"네 의도가 뭔지 알았으니까 말해줄께. 혹시 남자 친구가 없더라도 너는 내 타입이 아니야".

 

"아 진짜 섭섭하네 어디서 만나기로 했는데"?

 

"왜? 너도 같은 방향일 거 같아서?"

 

아니 그냥 궁굼했을 뿐이야. 여행 잘 해라"

 

그제야 그는 혼잡한 광장 저편으로 사라졌다. 나는 반대 방향을 향해 도보 최고 시속을

경신하며 걸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도 많은 남자들이 인사를 건냈다.

습관적으로 전신을  훓는 불쾌한 시선도 많았다

 

전문 추파꾼들의 또 다른 특징은 현지 연애 시장에서 전혀 경쟁력이 없는 남자라는 것이다

 

비아그라 없이는 발기가 안 될것 같은 백인 노인.

제대로 씻지 않아 땀 냄새가 풀풀 나는 가난한 이민자.

원어민이지만 혀가 늘어져서 제 이름도 발음 못하는 마약 중독자.

 

여행자라면 모름지기 아무하고나 잘 준비가 돼 있으며 백인은 위대하니까 아시안에게

무조건 받아들여질 거라 착각하는 망할 놈의 "화이트 트래시"등이다

 

그 결과 관광지에서 말을 걸어오는 남자들에게는 불친절하다 싶을 만큼 야멸차게 대꾸하는

버릇이 생겼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싱가포르 싸구려 호텔에서였는데 캐나다에서 왔다는 그 백인 남자는

나를 보자마자 발정난 수캐처럼 졸졸 따라다니더니 만난지 5분만에 귀에다 대고 숨을

불어 넣으며 오늘 뭐할거냐고 속삭였다.

 

순간 화가 치밀어서

" 지금 나한테 너무 가까이 서있어" 떨어져!" 라고 경고 했는데 그가 너무 서둘러 도망치는

바람에 더 세게 응징하지 못한 게 분해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궁금하다. 혹시 한국에도 경복궁 앞에서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있다가 혼자 온 관광객에게

치즈버거 한 개 사 먹인다음 대뜸 섹스하러 가자고 제안하는 남자들이 있을까?"

 

그런 부류들이 현지 여성의 눈에 띨 일은 거의 없음으로 나는 결코 그 답을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남성들이여 제발 그러지 않기를 빈다. 내가 오죽하면 싸구려 은반지라도 하나

사서 끼어야 하나 고민했다.

 

 

이숙명 지음/혼자서 완전하게

더도 덜도 없는 딱 1인분의 삶

 

http://cafe.daum.net/daum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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