丸山健二
농민 대다수가 농업을 포기한 가장 큰 원인은 농업만 해서는 보통의 생활을 누리기 어렵다는,
직장인에 버금가는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자아가 온전하게 확립되지 않고 어떻게든 이웃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 하는 옹졸한 국민성을 지닌 일본사람들에게는 근소한 경제적 차이도 견딜 수 없는 비극
으로 비칠것이다
그런데다 힘을 쓸 수 있는 젊은이들이 없다는 것도 한 원인이다. 젊은 사람들은 겉만 번지르르
한 세련된 생활과 눈앞의 자극과 타인과의 만남을 찿아 생활환경으로는 최악인 도시로 앞을
다투어 나갔다.
스트레스의 온상이나 다름없는 도시의 화려함과 그 번잡함에 속고 고용인이라는 굴욕적인 신분
에도 아픔을 느끼지 못한 체 자신도 모르게 기만으로 얼룩진 생활속에서 너덜너덜해고 만다.
그런데도 농업보다 나은 선택이었다는 자부심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하지만 사람이 굶어
죽는 시대가 오면 얘기는 달라진다.
야생동물의 최대의 사명은 살아남는 것이다. 돈과 재산이 아무리 산더미처럼 있어도 먹을거리
를 구할 수 없다면 만사는 끝이다
농업에는 정년도 없다. 명예퇴직도 해고도 없다. 늙어 체력이 쇠한 탓에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없다해도 자신이 먹는 정도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은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상승곡선만을 유일한 주안점을 두고서 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경제적 번영이라는 무모한
목표는 이미 오래전에 한계에 이르렀다.
결국은 탁상공론에 불과했던 사회주의와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던 자본주의 또한
무참하게 무너지려 하고 있다. 그 징후는 이미 명백하게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다.
종이쪼가리에 지나지않는 돈과 채권과 증권을 어마어마한 속도로 회전시켜 유지해 왔던
풍요로움도 지금은 완전히 고갈되고 피폐해졌다.
개발도상국으로 번영이 이전되어 세계전체가 어떻게든 유지될것이라는 이론을 제창하는 자도
있지만 이는 지나치게 낙천적인 전망이 아닐까 한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시스템 자체에 무리가 있는 것이다.거기에서 얻는 행복과 축복에
의심을 품은자.거기에 놀아나서야 되겠느냐고 정신을 차린 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2차세계대전을 무사히 치렀을 때의 미국처럼 새로운 전쟁을 일으켜 후퇴한 경기를 다시금
궤도에 올려놓으려 획책해봐야 이미 그런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전쟁을 일으켜 설령 이긴다해도 얻을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다.아마도 머지않아 개인적인 경쟁시대로 돌입할 것이다.
자신의 목숨은 스스로 지킨다. 자신의 먹을거리도 스스로 확보한다 그것은 야생동물에게는
지극히 상식적인 삶의 방식이다.
그런데 자립한 젊음을 잃어버린 현대인에게는 가혹함 그 자체이다. 자신만을 믿어야 하고
아무도 믿지 못하는 벼랑끝 같은 상황에 몰리면 현대인은 마치 악마나 악귀의 영역에 들어
선 듯한 심경이 될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몇번이나 악마와 악귀가 되어 문명을 구축해왔고 불필요한 선까지 번영을
탐식해 왔다.
그리고 종교와 정치.예술 철학은 피바람 앞에서는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앞으로도 그 같은
일은 더 격화된 상태에서 반복될 것이다.
어쩌면 인류를 괴멸시키는 것은 자연재해가 아닐지도 모른다.
농지를 매입할 자금이 없는 자도 땅을 빌리면 농업의 길이 열린다.
또 처음부터 직장인 수준의 수익을 올리려 애쓰지 않고 우선 자신의 배를 채우고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는 자급자족을 목표로 설정하면 무익한 초조감이나 좌절감에 시달리지 않고
무리없이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단련된 몸을 지닌 청년이라면 그리고 일자리 찿기에 급급한 나날에 절망한
젊은이라면 빚 없이도 농업의 규모를 차근차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경작을 제 손으로 할뿐만 아니라 판로도 스스로 개척해서 안전한 농작물을 합리적인 가격
에 사고 싶어하는 특정 다수의 손님을 잡는 것도 꿈은 아니다
그렇게 하면 설령 식량 쟁탈전이 벌어지는 시대가 오지 않더라도 당신의 생명과 당신의
존엄과 당신의 자유와 당신의 자립한 젊음은 확고하게 유지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체력보다 정신 상태이다. 결과와 책임이 모두 당신에게 돌아오는 혹독
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지. 고독감에 짓뭉게지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도피하고 싶은 충동에 따른 일시적인 결단 그런것으로 농업을 선택한 자는 단박에 패배하고
말 것이다. 혼란의 시대가 욌을 때 가장 먼저 자멸의 길을 걷는자가 그들이다.
만약 당신이 과감하게 가족과 결별하면서까지 농업의 길에 들어섰다해도 다른 직종 못지않은
직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확률이 아주 작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되었을때 당신이 어떤 의식을 갖고 있는냐가 중요하다. 각오가 부족한 탓에 실패했다는
답이 나온다면 자립의 젊음이 그대로 썩어 상황은 종료될 것이다.
반대로 사회의 통념을 잣대로 하는 성공여부에 애당초 집착하지 않고 한없이 자유로운
존재로 돌아가 기우는 태양과 떠오르는 달 사이에서 건전하게 땀 흘리면서 작물과 함께
사계절의 변화와 대지의 고동을 마음껏 느낀다면 주변에 사는 동식물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생명 또한 펄펄 살아 숨 쉰다는 것을 감지하고 그 사실에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면 이 세상
에 길든 야생동물로 완전히 돌아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작하는 농지가 해마다 늘어나고 작물과 가축의 종류도 늘어난다.
마루야마겐지/나는 길들지 않는다
공감/책속의 한줄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연애는 성욕을 중화하기 위해 포장 했을 뿐이다. (0) | 2017.11.24 |
---|---|
[스크랩] 어느 시대에도 위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0) | 2017.11.23 |
[스크랩] 전쟁이 사라지지 않는 한 문명은 가짜다. (0) | 2017.11.20 |
[스크랩] 제 정신이 아닌 어머니들이 득실거린다 (0) | 2017.11.19 |
[스크랩] 사후 세계가 있다고 했을 때 가는 방식이 궁굼하다 (0) | 2017.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