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야마겐지. 丸山健二
종전 65년째 여름을 맞아 나는 불합리로 가득했던 세기의 어리석은 짓을 장편소설
<원숭이의 시집. 猿の 詩集>으로 드러냈다
전쟁에서 죽은 젊은 군인의 영혼을 뜻밖에 품게 된 흰 원숭이의 눈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피투성이 싸움의 핵심에 접근해가는 내용이다.
나날이 죄가 깊어지는 인간의 본질을 파헤쳐 국가에 대한 복종과 숭배의 위험성을
짚어냈다. 그리고 절대다수의 의견을 안이하게 좆는 일이 얼마나 큰 과오와 비극을
불러오는지 영혼을 잃어버리게 되는지에 대해 그렸다.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엄마의 몸에 감싸여 살아남은 어린 두 자매는 무질서했던
전후 일본에서 음식과 사랑을 찿아 헤멘다.
무력하지만 혼자의 힘으로 살아갈 길을 찿다 운명적으로 흰 원숭이를 만나게 된다.
원숭이와 마음을 주고받던 자매는 산촌학교로 부임해 온 여교사에게 원숭이를 맡긴다.
언덕에는 벚나무 고목이 있고 여름에는 산나리가 만발하지만....
현재 그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그들의 후손이 경제적 번영의 시대를 거쳐 겉치레
뿐인 평화를 만끽하고 있다.
하지만 평화를 넘어 타락의 소굴로 변한 이 나라는 정신은커녕 영혼까지 통채로 뺏길 위험
에 처해 있고 따라야 할 모범을 어디에서도 찿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완전히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려 있고 자기만의 재능이 뛰어난 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늘 그런 여름은 언제나처럼 막을 내린다
전사한 젊은 병사들과 피폭당한 순간 계단에 그림자로 새겨져 버린 시인의 영혼을 품게된
흰 원숭이. 전쟁고아가 되어 헤메고 있는 어린 자매. 영양부족으로 남편이 폐결핵을 앓다
죽은 여교사. 실명해 전쟁터에서 돌아온 그녀의 오빠.
인물과 동물. 식물들이 혼연일체가 된 이야기는 픽션이라고는 해도 우리 정원을 수놓은 꽃들
에서 비롯된 이러저러한 사실과 현상이 녹아들어가 현실세계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생명의 충만함과 멀어지며 늙어가기만 하는 자신과 또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
하고 머지않아 無의 상태로 떨어져 버릴 운명을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다
한계란 없으며 나는 죽지 않으리라는 공허한 젊은 시절의 환상도 어느덧 사라지고 이젠
오로지 현재의 육체에 매몰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내적 본질에 침잠해 갈 뿐이다
그렇다고 살아남아 보이겠다는 자신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싶은 정도는 아니다
가슴속 어딘가에 희망이 여전히 건재하며 들러붙어 있다
마루야마겐지 지음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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