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판"하면 흔히 윶놀이를 떠올릴 것이다.윶놀이를 할 때 말판에 자기 말의 포석을
놓으니까 인생은 그런 포석과 같다.
지금은 이 포석 다음엔 저 포석을 놓는 식으로 인생은 굴러간다. 포석을 어떻게 놓느냐
는 승부처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얼마 전 TV를 통해 "우리말에 관한 문제를 맞히면서 점수를 쌓아가는 퀴즈 프로그램을
계속 공격 전략으로 가다가 자기 실수로 점수를 잃어 탈락하게 된 것이다
그 때 압도적으로 점수차를 벌리는 참가자가 있었다. 가만히만 있어도 우승이었다.
그런데 작전 구사를 잘못하는 바람에 그만 우승을 놓쳤다.
계속 공격 전략으로 가다가 자기 실수로 점수를 잃어 탈락하게 된 것이다 포석이라는 것은
이처럼 중요하다 인생에서도 그렇다.
공격해야 할 때가 있고 수비해야 할 때가 있다. 이 선택을 잘 가늠해야 한다.
특히나 "말"에 있어서 그렇다 말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 소극적으로 해야 할 때, 그냥
침묵으로 듣기만 해야 할 때 ,그 때를 잘 가리는 것 만으로도 선방하는 인생을 살 수 있다
나아가 어떤 말틀을 써야 할지까지 터득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의식을 지배하는 말틀"
내가 처음으로 "말틀"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한 것은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박사학위 논문
을 쓰고 있을 때였다. 초고를 제출하고 며칠 후 지도교수로부터 의외의 지적을 받았다.
"구성과 내용은 좋은데 무슨 논문에 그렇게 많은 전쟁용어가 필요합니까? 학생의 주제는
"공통체와 관련된 것인데 거기엔 그런 용어가 필요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사랑과 평화 같은 용어들이 어울리지요 용어를 바꿔서 제출하세요
문화 쇼크였다. 이후 우리의 일상 용어가 얼마나 전쟁 용어로 "점령"되어 있는지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찿아보니 내가 쓴 단어 가운데 "무너트리다" 이겨내다" "공략하다"같은 식의
전투적 표현들이 여기저기 즐비하였다. "섬뜩했다.
그런데! 최근 나는 새로운 충격에 접하게 되었다. 어느 날부턴가 각종 미디어에서 "진격"
이라는 단어가 급속도로 유행되고 있음을 보게 된 것이다.
나는 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
사전에서 찿아보니 "앞으로 나아가 적을 침"이라고 "진격 進擊의 의미가 또렸하게 적혀있었다
이 세상에서 도대체 앞으로 나아가 쳐 없애야 하는 적이 누구란 말인가.
어떻게 이 단어가 "진격의 며느리 "진격의 이벤트. 진격의 가격파괴. 진격의 자태
진격의 청순. 진격의 예능 대세 등과 같이 해괴한 조합을 이룰수 있다는 말인가.?
이 시대 선량한 시민들에게 대관절 왜 과격한 전투개념인 진격이란 표현이 필요하단
말인가. 한낱 유행어일지라도 말이다.
길거리에서도 "투쟁하자" 쟁취하자" "사수하자" 라는 홍보물을 볼수 있는데 모두 전쟁용어다
얼마전 PBC방송TV 강의 때 말 실수를 한번 했다. 연구원이 신부님 "파이팅 하세요!
그러기에 나도 파이팅!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파이팅"이 무슨 뜻인가" 잘 싸우라는 말이다" 강의를 하는데 뭘 잘 싸운단 말인가
우리는 일상에서 너무 습관처럼 사용하고 있는건 아닌지
이런 용어들을 사용하면 무의식적으로 공격 본능이 움직여서 작동된다. 그러니까
삶이 자꾸 삭막해지는 것이다. 언어를 통해서 사고방식이 형성된다
말틀"이 바뀌면 그 사람의 의식과 생각이 바뀌고 품격도 바뀐다 그러기에 우리의 사고방식을
선진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바꾸기 위해 현재 갖고 있는 언어들 중 대안적 언어로 고쳐
나갈 필요가 있다.
차동엽 신부/천금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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