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꼬리가 몸통을 흔들게 내버려둘 것인가.
오찬호/사회학박사
나는 태어나자마자 속기 시작했다.
웩더독"<wag the dog>이란 말이 있다.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몸통이 꼬리를 흔드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니 "웩더독"은 주객이 전도된 현상을 의미한다.
할리우드의 영화 <웩더독>1997" 은 이 개념을 바탕으로 정치권과 언론의 결탁을 까발린다
재선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성추문 스켄들이 터지자 이를 덮기 위해 정부는 테러리즘 같은
다른 이슈를 고의적으로 흘린다.
조작된 사건들이 터지지만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국민들은 이를 의심할 생각조차 않는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 덕택에 대통령은 압도적 지지로 재선에 성공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다음의 자막을 통해 답을 가르쳐준다
"왜 개가 꼬리를 흔드는지 알아? 그건 개가 꼬리보다 똑똑하기 때문이지.
만약 꼬리가 더 똑똑하다면 꼬리가 개를 흔들겠지.
< Whe does a dog wag its tial? Because a dog is smarter than its.tail If the tail were
smarter the tail would wag the dog>
맞다.몸통이 꼬리보다 똑똑하지 못하면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도 알 재간이 없다.
"사회를 의심하라"는 말을 그토록 강조했던 이유는 한국사회 자체가 거대한 웩더독"이란
사실을 외면하기 어려워서였다
오직 물질적 성장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면서 "삶의 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실패한
"걸인의 철학"
그리고 스포츠를 정치적 결함을 덮는 도구로 이용한 "3S 정책은 오리지날 웩더독"이다
문제는 단지 과거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3 S =< "Sex, Screen, Sports,>
주객전도는 우리의 삶에 만연하다. 5 살 때부터 영어학원에 다니고 고등학교 때는 해병대
캠프에 가야하고 취업을 위해서는 성형도 불사르고 작은 집 하나 마련하는데 몇십년간 한푼
도 쓰지 않고 모아야 되는 사회는 명백히 "비정상"이다.
정녕코 중요한 것들은 경험조차 하지 못하니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이 문제될 일도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꼬리의 활약은 대단할 수밖에 없다.
한쪽에서는 사회적 약자들이 온갖 차별에 노출되어 인간의 존엄성마저 잃고 있는데
축구소식으로 뉴스를 도배하고 명백한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보고도 "자본주의니까 어쩔 수
없다"는 초현실적 분석이 난무할 수 있는 사회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수준이 아니라
꼬리가 몸통 자체가 되어 우리일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런 사회 '안"의 피해자이면서도 그 잘못된 분위기를 추동시키는 가해자로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리들이 꼬리보다 더 똑똑해져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치 않다
우리는 늘 바쁘기 때문에 주어진 정보에만 의지해서 살아간다.
무엇인가 사회가 점점 잘못되어가고 있어서 자신이 힘들어지고 있음에도 서점에 가면
"성실하게만 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기계발서를 집어든다.
그러니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그 변화가 올은 길인지 아닌지 알 턱이 없다.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기계는 나보다 똑똑해졌다.
검색이 일상화되면서 사색은 아득해진다.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의 상실은 이 부박한 자본주의 시대에 대항할 힘이 없는 개인들을
양산한다
사유능력이 사라진 개인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 자각하기 어렵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이라고들 말한다.
그래서 다들 멋지게 살려고 애쓴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그런 우리들에게 작금의 사회
현실은 인생의 승부수를 띄울 절호의 기회다.
멋지게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떤걸까?
나 스스로가 "인간"임을 자각하고 인간만이 갖고 있는 이성의 힘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올바른 사회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 이보다 더 멋진 삶이 있을까?
이제 우리에게는 "절망 다음는 희망"이라는 것을 증명할 일만 남았다.
이를 위해 사회와 자신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비판적 시민"
으로서 멋진 하루를 살아야 한다
그래야지만 다음 세대의 사람들을 만나면 조금이라도 면목이 서지 않겠는가.
"이의"를 제기하는 건 애국의 가장 고귀한 형태다
오찬호/사회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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