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싸가지"란 무엇인가?
강준만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반향을 일으켜온 지식인이고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
을 토대로 정치,사회.언론,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하는 데 선도적인 구실을 해왔다
2012년.세간에 떠돌던 강남좌파.안철수현상을 추적하고
2013년에는 "증오 상업주의 "갑과 을의 나라"를 화두로
던지며 한국 사회의 이슈를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했다.
싸가지"는 싹수(어떤 일이나 사람이 잘 될것 같은 낌새나 징조)의 방언이다
국문학자 정민의 자상한 해설을 들어보자.
씨앗을 심으면 싹이 나온다.어떤 씨앗은 제 껍질을 머리에 이고 새 떡잎이 올라온다
처음 나온 새싹은 연두빛으로 파랗지만 새싹이 아예 나오지 않는 것도 있다.
움터 나오는 새싹의 여린 모가지가 싹아지.즉 싸가지다 싸가지가 없으면 기르나 마나다
곡식도 싸가지가 있어야 하지만 사람도 싸가지가 있어야 한다.
어려서부터 싸가지가 없으면 커서도 알곡 없는 쭉정이가 된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싸가지는 국어사전의 품안을 벗어났다. 오늘날에 "가능성"이나
"장래성"보다는 주로 "예절"이나 "버릇"의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단어의 뜻이 헷갈려 하는 사람이 많다. 국어학자 조항범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싸가지"가 부정어 없다"와 어울려 싸가지가 없다"의 형식으로 많이 쓰이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싸가지"에 그야말로 (싹수)가 없는 것 싹수가 없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의미가 새로 생겨
난 것이다.이러한 부정적 의미는 "싸가지와 빈번히 어울려 나타나는 "없다"의 부정적 의미
가치에 전염된 결과 생겨난 것이다.
"아, 싸가지네", '뭐 저런 싸가지가 다 있냐?" "저 싸가지,재미있는 일을 저혼자 즐기다니!"
싸가지가 국어사전의 품 안을 벗어나긴 했지만 멀리 벗어난 건 아니다.
싸가지는 예절"이나 버릇"이라는 단어만으론 포착할 수 없는 독특한 뉘앙스를 담고 있는
말이다.
싸가지의 그런 미묘한 복잡성때문에 싸가지라는 개념에 대해 혼란이 만만치 않다.
잘못되었거나 낙후된 관행을 고수하면서 그걸 바꿀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싸가지있게 행동
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그 문화에 편입된다는 걸 의미한다.
싸가지가 없어야만 기존문화에 도전해 변화를 불러일으킬수 있다.이걸 "생산적 싸가지"라고
부르기로 하자.
파괴적 싸가지"란 "생산적 싸가지 중에서 어떤 점이 지나친 나머지 자신은 물론 모두를 파괴
로 몰고 가는 경우이다. 바로 이 지나친 정도"를 판별하는 대서 혼란이 생긴다.
파괴적 싸가지엔 여러 특성이 있을 수 있겠지만 두가지만 지적하기로 하자
첫째 지구는 자기 중심으로 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기중심주의다 이건 어느
단계까지는 매우 좋은 점이다.
궂은 일에도 자신이 앞장서고 헌신하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람이
리더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극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주장을 절대 선이자 절대 진리로 간주하기 때문에 자신의 주도권을 위해
끊임없이 분열과 분란을 일으키면서 상대편을 악(惡)으로 몰아간다.
이전투구(泥田鬪狗)로 전체집단이 망한다 하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악과 거짓이 힘을 쓰게 하느니 차라리 망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과장된 묘사를 했지만
이런 사람은 어느 조직에서든 꼭 있게 마련이다.
둘째 상대편을 공격할 때 가능한 한 깊은 상처를 주기 위해 자신의 지적 역량을 총동원하는
극단주의다.
추종자들은 카타르시스 효과를 만끽하면서 열광하기 마련이다. 마음에 안드는 사람을 속이
후련하게 공격해주니 교주로 모시고 싶은 마음이다.
"파괴적 싸가지"의 주인공은 이념과 정치의 성향을 초월해 존재한다.
이들에겐 능력과 열정이 있기 때문에 어느 곳에든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
이들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건 전체 집단이지만 특별히 더 피해를 보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생산적 싸가지"의 주인공들이다
이 두가지 유형의 싸가지를 판별하는 것이 어려워 사람들이 무조건 싸가지 없는 사람을 경계
하기 때문이다
과거엔 싸가지를 따지는건 보수적 인간관계의 표출이었지만 "싸가지 없음의 "대중화"가
실현되고 있는 인터넷 시대엔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
문제의 핵심은 성찰성이다
싸가지"가 있건 없건 성찰 능력부터 보는 게 올바른 판단법이리라
강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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