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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독일에서 배울 점은 무엇일까.

마음나들이 2018. 1. 19. 10:08

 

 

 

 

 

 

박찬구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독일 튀빙겐대학교 철학박사

 

 

흔히 "독일적"이라는 표현에서 우리는 엄격한 규율,다소 고지식할 정도의 정확성 등을

연상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독일적"모습은 성질이 급한 우리에게는 때로 답답해 보이기

도 한다.

 

매사에 원리원칙을 강조하는 모습이라든가 도로공사 하나를 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

고, 집을 짓는다 하면 보통 200년 정도의 수명을 내다보고 짓는 그들의 자세에서 확실히

우리와는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볼 때 이러한 점이야말로 바로 우리가 독일에서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독일제 물건은 얼핏 우리 제품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 값은 비싼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독일에서 몇 년을 살다보면 모든 제품의 질이 정확히 그 값에 비례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언제나 아귀가 정확히 맞는 창틀에서 .왠만해서는 깨어지지 않는 기왓장에서, 비뚜로 박힌

나사못 하나 발견하기 힘든 물건들에서 우리는 "틀"이 잡힌 안정된 사회의 모습을 보게된다

 

이런 면은 대학과 학문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지도교수는 필자의 박사논문의

초고를 통틀어 3~4회 정도 정독했는데,맞춤법은 물론 쉼표 하나,참고문헌 표기 하나에

이르기까지 빈틈없는 점검을 하였다.

 

그는 필자로 하여금 윤리학의 기초가 될 만한 내용 하나를 깨닫도록 하기 위해 근 1년을

기다린 적이 있었는데 결국 필자는 스스로 그것을 알아낼 수밖에 없었다.

 

토론식 수업인 이른바. "세미나"에서는 흔히 단어 하나의 정확한 쓰임새를 놓고 장시간 논란

이 벌어지곤 했다.

 

잘 알다시피 지금 EU 경제의 중심은 독일이다. "브렉시트"로 영국이 떨어져 나가면서 자연

스레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권을 쥐게 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경제가 탄탄한 독일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독일의 경제는 통일 이후 동독지역 재건을 위한 통일비용 부담때문에 한동안 휘청거렸지만

지금은 안정을 되찿았다.

 

구 동독출신인 메르켈을 대통령으로 맞아 탈 원전을 선언하고 시리아 난민을 대거 수용하며

자국이기주의로 기우는 미국이나 반인륜적 전쟁범죄를 부인하는 일본에 대해 당당하게

"할말을 하는" 독일의 행보에서 우리는 성실함과 도덕을 갖춘 자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미국이 자랑하는 달로켓의 원천 기술도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V_1.V_2로켓

에서 왔고 첨단 잠수함의 기술도 유보트를 만들던 독일의 기술자들에게 빚진 바가 크다

 

오늘날 "비대칭 전력"의 핵심을 이루는 잠수함 건조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중 하나는 용접

기술이라고 한다.

 

장기간 작전을 수행하는 잠수함이 심해의 엄청난 수압을 견디려면 아주 작은 결함도 허용

치 않을 정도의 정교한 용접기술이 필요한데 그것은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된 기술을 지닌

독일 장인에게서 전수된 것이라고 한다.

 

독일 서남부 지역에 소규모 공작기계 제조업체들이 많이 있었고 여기에 외국 연수생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았던 것도 모두 이러한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던게 아닌가 싶다.

 

통일을 앞둔 우리가 독일에서 배울 점은 무엇일까. 첫째는 2차 대전의 원죄에 대한 뼈저린

반성에 기초한 휴머니즘 정신이다.

 

일단 자국에 체류 허가를 받고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는

독일의 복지정책은 물론 탄탄한 경제력에 기초한 것이다.

 

하지만 인류 보편 가치에 근거한 그들의 정책은 탈북민이나 이주노동자에게 그리 너그럽지

못한 우리의 정책을 돌아보게 만든다.

 

북한 이탈 주민이나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의 마음도 얻지 못하면서 어떻게 북한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낼 것이며 어떻게 열강의 승인을 얻어낼 것인가.

 

둘째는 성실하게 기초를 다져가면서 긴 호흡으로 추진하는 경제정책이다. 그간 주로 성장

위주의 근시안적 정책에 매달리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복지는 소홀히 해온 정책기조를

바꾸어 비록 느리더라도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책

을 펴야 한다.

 

성실함과 도덕성을 갖춘 정부라면 성급함의 타성에 젖어 있는 국민을 설득하고 북한 동포의

신뢰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박찬구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독일 튀빙겐 대학교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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