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세번 째가 세상을 움직인다.
위험한 생각법, 양자택일
일본 메이지 대학교 교수.
커뮤니케이션론 전공
세계사를 훑어보면 2 도 3 못지 않게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숫자임을 알 수 있다.
이원론만 봐도 그렇다. 이원론은 어떤 현상을 대조적인 두 가지 관점에서 파악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남녀. 음양, 선악 등이 있다. 이처럼 대립하는 두 가지를 견주어가며 다양한
현상을 바라보는 것이 이원론이다.
이원론을 바탕으로 한 생각법은 오래전부터 전 세계에 퍼져 있었다. 오늘날에도 이원론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세상을 선과 악이라 규정하고 싸우는 모습을 쉽게 볼수 있다. 국제 정치부터 지역 문제 또는
개인간의 문제에서도 찿아볼 수 있는 권선징악 류의 이원론적 사고방식이다.
문제는 과연 둘만으로도 괜찮은가 하는 것이다. 이원론을 따르다 보면 "나는 옳고 상대는
잘못됐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쉽다.
전쟁에서도 대부분 이원론을 적용한다. 종교 또한 이항대립에 빠지기 쉽다.
세상을 "우리와 우리가 아닌 자들"로 보는 지나치게 단순한 세계관은 이처럼 무의미한 싸움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양자택일은 무척 위험한 생각법이다.양자택일 방식에 따르다 보면
생각하는 힘을 잃고 두가지 외에 다른 선택지를 생각하지 않게 된다.
또 이와 관련하여 "찬성하는가.반대하는가?라는 질문은 오늘날 정치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기법이다.
양자택일의 질문은 다양한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가로막고 생각을 멈추게 할 위험성이 있다.
또한 생각의 유연성을 잃게 만든다.
제시된 선택지가 A와 B뿐일 때 그 안에서 반드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에 쫓긴다.
이성적으로 숙고하여 좋은 쪽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에 휩쓸려 덜 나쁜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양자택일적 사고법은 매우 위험하다.
세번째가 세상을 움직인다.
우리는 "흑백논리"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런데 사실 세상사는 대부분 흑과 백의 중간, 회색
지대에 있다,
형사재판처럼 유죄 아니면 무죄 둘 중 하나로 결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둘다 맞거나 둘다 잘못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이원론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도 3 이 등장한다.
제 3 의 항목이 등장하면 세계관은 복잡해 진다.
생각도 움직인다.이원론이라는 도식으로 고착화된 세계에 움직임이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과 여라는 강력한 이항대립을 생각해보자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 둘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결국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는 결론에
이르러 고착상태에 빠지고 만다.
그런데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남성스럽지도 여성스럽지도 않은 또는 남성스럽기도 하고
여성스럽기도 한 인물들을 볼 수 있다
제 3 의 관점에 입각한 다양한 수요가 존재하는 것이다. 또 남과 여 사이에 아이라는 존재가
들어가면 패러다임이 크게 바뀐다.
아이는 성별을 뛰어넘어 순수하게 아이로서 존재한다.남녀라는 이원론에 아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들어가면 가족이 성립된다.
두 점을 이은 직선에 하나의 점이 더해짐으로써 삼각형이라는 면이 되는 것이다.
다음 세대에는 그 아이가 남녀로 나뉘면서 또 다른 삼각형을 만들 것이다. 인류는 삼각형으로
이루어진 샴페인 타워 같은 형태로 존재해왔다.
역사는 그러한 연쇄 속에서 계속됐다. 인류의 역사가 아이라는 제 3 항의 탄생으로 이어져
가듯이 생각에도 제 3 항이 들어가면 움직임이 생긴다.
제 1항과 제 2항으로만 이루어져 있던 세상에 제 3항이 나타나면 기존 체제가 무너진다
3 은 새로운 가능성을 만든다.
인간관계도 회색 지대가 필요하다
사람을 파악할 때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으로 양분한다.
특히 최근 인터넷과 SNS의 악성 댓글 사건을 보면 이러한 경향이 강해지는 듯 하다.
사람을 이원론적으로 보면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힘들어진다.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배신했다"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은 타인을 이해하는데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다.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세상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두 종류밖에 없다는 고정관념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제 3항을 넣으면 인간에 대한 이해도가 극적으로 바뀐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사이에 세번째 항목으로 회색 지대를 만들어보자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분류할 수 없는 사람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타인의 이해도가 한층 깊어진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이 회색 지대에 속할 것이다.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 어쩐지 믿음이 가지 않는 사람. 등 다양한 층위가 존재한다.
이처럼 사람을 판단할 때 회색 지대를 두면 타인에 대한 이해도를 넓힐 수 있고 인간관계
의 색체가 다양해진다.
사이토 다카시 / 3 으로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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