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의 여유

[스크랩] 무엇이 값진 수필을 값지게 하는가

마음나들이 2017. 9. 28. 09:04

 

 

 

 

 

무엇이 값진 수필을 값지게 하는가

 

友松 김태길/서울대 철학과 교수 역임

 

 

내가 여기서 시도하는 것은 수필의 객관적 기준을 정립하고자 함이 아니라

주관을 배제할 수 없는 개인적 견해를 정리하는 일이다

 

원칙적으로 작가의 체험을 소재로 삼는 수필 작품은 인간의 자기표현으로서의

성격이 현저하다.수필도 남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을 수 있으며 나 아닌 것을 소재로

삼는 경우에 있어서도 수필가는 자연과 인간을 보는 자기의 주관을 표명함으로써

자신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그런 뜻에서 수필은 내가 나 자신을 형상화하는 언어활동의 대표적인 것이다

 

표현되는 대상으로서의 나와 표현하는 문필가로서의 나는 수필을 구성하는 두 가지

요소이다 .따라서 수필의 우열은 표현되는 대상으로서의 나의 우열(優劣)과 표현하는

문필가로서의 나의 우열의 결합에 의하여 결정된다

 

작품에 반영되어 수필을 빛나게 하는 탁월한 인품이란 반드시 도덕적으로 높은 경지

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예리한 관찰력과 풍부한 상상력,해박한 지식과 심오한 사상,

뛰어난 예술감각,뚜렷한 개성 등 모든 방면에 있어서의 탁월성은 어느 것이나 좋은

수필을 쓰는데 보배로운 자산이 될 것이다

 

뛰어난 해학은 값진 수필을 위해서 크게 도움이 되는 성격 특질이다

 

수필가가 자기의 인품이 탁월함을 과시하고자 하는 동기로 따라서 글을 쓸 때 그 작품

은 결정적으로 실패한다 .의도함이 없이 은연중에 작가의 인품이 작품에서 풍길 때

독자는 깊은 공감에 젖는다.

 

수필에 있어서 인품과 함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문장력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문장력"이라는 말은 구상"까지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자신의 체험과 사색을 글로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의 능력을 통틀어서 편의상

문장력"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어떠한 인품이 탁월한 인품이냐에 대해서 견해의 대립이 있을 수 있듯이 어떠한 문장이

좋은 문장이냐에 대해서도 견해의 대립이 있을 수 있다

 

문장에 있어서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 것은 인간성과 문화적 전통일 것이다

 

자기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그 뜻이 독자에게 잘 전달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높은 경지에 이른 작가는 더러는 탁월한 독자에게만 이해될 수 있는 글을 쓸 특권을

갖는다

 

독자의 미적 심금에 와 닿는 문장은 좋은 문장이다 .다만 독자층의 미감(美感)을 매혹

하느냐가 문제이다.

 

초보적 독자들의 미감과 잘 어울리는 문장을 세상에서는 흔히 미문(美文)이라고 부른다

 

함축은 수필의 생명이며  함축을 위해서는 문장이 간결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멋있는 글을 쓰고자 꾀하면 도리어 저속한 글이 된다 .평범한 듯 하면서

평범하지 않은 글이 좋은 글이다.

 

어느 경지에 이르면 작가에게 고유한 문체가 형성된다. 그러나 이 형성은 자연의 조화에

맡길 것이며 성급하게 의도할 과제가 아니다

 

수필은 여운이 길어야 깊이가 생긴다.결론을 단정적으로 내려 버리면 글은 여운을

잃는다

 

수필에 있어서의 비판 정신은 글을 돋보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비판은 공정해야 하며

자기 자신의 분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비판도 직선적이기 보다는 간접적인 것이 수필에 어울린다

 

어느 정도의 수준을 넘어선 사람들의 문장력의 차이는 근소한 차이에 그친다

 

수필의 우열을 결정함에 있어서 더욱 큰 차이의 근원이 되는 것은 체험과 사색을 포함한

작가의 인품일 것이다

 

우수한 수필을 쓰기가 어려운 이유의 하나는 탁월한 인품을 함양하는 일이

어렵다는 사실에 있다

 

 

김태길교수의 산문집에서

 

 

2009년 5월 27일 90세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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